영어 변형문제 만드는 법 — 내신 시즌을 버티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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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변형문제 만드는 법 — 내신 시즌을 버티는 순서

도구를 쓰든 손으로 만들든, 결국 같은 다섯 단계를 거칩니다

PlanA AI··9분 읽기

내신 시즌이 되면 영어 선생님 책상에 지문이 쌓입니다. 교과서 본문, 부교재, 모의고사 기출, 학교에서 따로 뽑은 외부 지문까지. 시험 범위가 지문 마흔 개라면 변형문제는 그 몇 배가 필요합니다. 수업용과 과제용을 나누고 반별 난이도까지 갈라 놓으면 금세 수백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막상 앉으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 글은 그 순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구를 쓰든 손으로 만들든 거쳐야 하는 과정 자체는 같으니, 뼈대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변형문제는 '많이'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흔한 오해부터 짚고 싶습니다. 변형문제를 많이 만들수록 좋은 자료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한 지문에서 빈칸 문제만 다섯 개를 만들면 학생 입장에서는 같은 문제를 다섯 번 푸는 셈입니다. 빈칸 위치만 옮겼을 뿐 묻는 능력이 같기 때문입니다. 반면 빈칸 하나, 순서 하나, 어법 하나를 만들면 문항은 셋뿐이어도 학생은 세 가지 다른 능력을 씁니다.

변형문제의 가치는 개수가 아니라 겹치지 않는 정도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첫 단계는 문제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이 지문에서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 목록을 뽑는 일입니다.

지문 하나에서 무엇을 뽑을 수 있는가

지문마다 어울리는 유형이 다릅니다. 이걸 무시하고 모든 지문에 같은 유형을 찍어내면 어딘가 어색한 문제가 나옵니다.

논설문과 주장하는 글에서는 요지, 주제, 제목, 필자의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설명문과 과학 지문은 빈칸 추론, 그리고 무관한 문장 찾기에 강합니다. 개념이 단계적으로 쌓이는 구조라 중간 한 조각을 빼도 앞뒤 논리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와 일화에는 순서 배열과 지칭 추론이 잘 붙습니다. 시간 흐름이 있고 등장인물이 여럿이니까요.

대조·비교 구조의 글은 어휘 문제와 요약문 완성에 어울립니다. 반의어를 교체해도 문장이 자연스럽게 성립하는 자리가 많습니다.

지문을 읽고 이 글이 어떤 구조인지부터 판단하면, 만들 수 있는 유형이 알아서 좁혀집니다.

난이도는 어휘가 아니라 거리로 조절합니다

두 번째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난이도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만들라고 하면 대개 어려운 단어를 넣습니다. 그런데 그건 어휘 시험이지 독해 시험이 아닙니다.

독해 문제의 난이도는 정답과 근거 사이의 거리에서 나옵니다.

근거 문장이 빈칸 바로 앞에 있으면 쉽습니다. 근거가 두어 문장 떨어져 있고 지시어를 한 번 거쳐야 하면 중간입니다. 근거가 글 전체에 흩어져 있어 종합해야 풀리면 어렵습니다.

같은 지문에 같은 빈칸 위치라도 선택지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세 단계가 모두 나옵니다. 반별로 난이도를 나눠야 한다면 어휘를 건드리는 것보다 이 축을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검수에서 걸러야 하는 세 가지

만드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 게 검수입니다. 다음 셋은 자주 나오고, 시험지에 그대로 나가면 곧바로 민원이 됩니다.

정답이 둘인 문제. 빈칸과 어휘에서 특히 흔합니다. 매력적인 오답을 만들려다 실제로 성립해 버리는 선택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선택지를 하나씩 빈칸에 넣어 읽어 보는 것 말고 지름길이 없습니다.

지문에 근거가 없는 정답. 정답 자체는 맞는데 지문에서 그렇게 볼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입니다. 배경지식으로 풀리는 문제라면 독해 문제가 아닙니다. 해설에 "몇 번째 문장 때문에"를 쓸 수 없다면 그 문항은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난이도 역전. 쉬운 반 시험지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여러 지문에서 뽑아 섞다 보면 생깁니다. 배포 전에 난이도 순으로 한 번 훑으면 대부분 잡힙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먼저 시험 범위 지문을 확정합니다. 지문마다 구조를 판단해 어울리는 유형을 서너 개씩 적습니다. 그다음 전체를 놓고 유형이 골고루 섞이도록 배분합니다. 한 유형이 전체의 삼분의 일을 넘으면 조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반별 난이도는 어휘가 아니라 근거까지의 거리로 층을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정답 중복, 근거 유무, 난이도 순서 세 가지만 집중해서 검수합니다.

손으로 하면 지문 하나에 삼십 분에서 한 시간쯤 걸립니다. 마흔 개 지문이면 그것만으로 며칠입니다.

도구를 쓰면 어디가 달라지는가

PlanA AI를 만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위 순서에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그대로 선생님 몫으로 두고, 반복되는 손을 덜어내는 쪽으로 설계했습니다. 어떤 지문을 쓸지, 어떤 유형을 넣을지, 어느 반에 어느 난이도를 줄지는 여전히 가르치는 사람이 정합니다.

대신 지문을 넣으면 서른아홉 개 유형과 다섯 단계 난이도 안에서 필요한 조합을 골라 문제와 해설을 만들고, 한글(HWP)이나 PDF 시험지로 바로 내려받게 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검수 세 가지도 생성 파이프라인 안에서 걸러 냅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도구가 이 순서를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유형을 몇 개 넣을지, 어느 반에 무엇을 줄지는 앞으로도 사람이 정해야 합니다. 도구가 줄여 주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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