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기출 시험지에서 다음 시험을 읽는 법
출제 경향은 느낌이 아니라 셀 수 있는 것들로 드러납니다
새 학기에 다른 학교 학생을 받아 보면 금방 느낍니다. 같은 학년에 같은 교과서를 쓰는데도 학교마다 시험이 전혀 다릅니다. 어떤 학교는 교과서 본문만 정직하게 내고, 어떤 학교는 처음 보는 외부 지문이 절반입니다. 서술형 비중도 학교마다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고2 영어 내신 대비"라는 말은 사실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비는 학교 단위로만 가능합니다. 문제는 그 학교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입니다.
기출 시험지 한 장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드러납니다. 다만 눈으로 훑으면서 "어렵네"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몇 가지를 실제로 세어 봐야 합니다.
무엇을 세어야 하는가
첫째, 유형 분포입니다. 빈칸이 몇 문항, 순서가 몇 문항, 어법이 몇 문항인지 세어 표로 만듭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특정 유형에 눈에 띄게 치우쳐 있습니다. 어법을 거의 안 내는 학교가 있고, 반대로 어법과 어휘로만 절반을 채우는 학교가 있습니다.
둘째, 외부 지문 비율입니다. 시험 범위에 있던 지문과 처음 보는 지문의 비율입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게 가장 중요한 숫자입니다.
셋째, 지문 출처입니다. 외부 지문이 어디서 왔는지 봅니다. 모의고사 기출인지, EBS 연계 교재인지, 아니면 출처를 짐작하기 어려운 원문인지에 따라 대비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넷째, 배점 구조입니다. 서술형이 몇 점을 차지하는지, 한 문항에 몇 점씩 걸려 있는지 봅니다. 서술형 배점이 30%를 넘으면 객관식 변형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려도 점수가 안 오릅니다.
외부 지문 비율이 가장 강한 신호입니다
네 가지 중 하나만 봐야 한다면 저는 외부 지문 비율을 보겠습니다. 이 숫자 하나로 대비 전략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외부 지문이 거의 없는 학교라면 할 일이 분명합니다. 범위 안 지문을 깊게 파는 것입니다. 지문마다 유형을 바꿔 가며 변형문제를 충분히 풀리면 됩니다. 노력과 점수가 비교적 정직하게 연결됩니다.
외부 지문이 절반을 넘는 학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범위 지문을 아무리 외워도 시험장에서 처음 보는 글을 만납니다. 이때 필요한 건 암기가 아니라 처음 보는 지문을 시간 안에 처리하는 훈련입니다. 같은 시간을 써도 방향이 다릅니다.
외부 지문 비율이 20%인 학교와 60%인 학교는, 대비하는 과목이 사실상 다릅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실수가 있습니다. 외부 지문이 많은 학교인데 범위 지문 변형문제만 잔뜩 풀리는 경우입니다. 학생은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오르고, 원인을 노력 부족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유형 분포는 학교가 아니라 사람을 따라갑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흔히 "이 학교는 원래 이렇게 낸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경향을 만드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 출제하는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담당 선생님이 바뀌면 경향도 바뀝니다. 3년 치 기출을 모아 놓고 평균을 내면 오히려 왜곡될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회차에 더 무게를 두고, 직전 학기와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그쪽이 새 기준일 가능성을 열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장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출 한 장은 참고 자료이고, 경향이 되려면 최소 두 장이 필요합니다.
한 회차만 보면 그 시험의 특수한 사정을 경향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해 진도가 밀려서 범위가 좁았다거나, 특정 단원에서 문제가 몰렸다거나 하는 사정 말입니다. 두 회차를 겹쳐 놓고 양쪽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만 골라내면 훨씬 믿을 만합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같은 시기끼리 비교하십시오. 작년 2학기 기말과 올해 2학기 기말을 나란히 놓는 식입니다.
분석을 대비로 바꾸기
세어 놓은 숫자를 실제 준비로 옮기는 단계입니다.
유형 분포가 나왔으면 그 비율대로 연습 문제를 배분합니다. 어법이 전체의 30%인 학교라면 연습에서도 어법이 30%여야 합니다. 모든 유형을 골고루 풀리는 것은 공평해 보이지만 그 학교 시험에는 비효율적입니다.
외부 지문 비율이 높으면 범위 밖 지문을 정기적으로 넣습니다. 이때 아무 지문이나 쓰기보다, 기출에서 확인한 출처와 성격이 비슷한 것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모의고사에서 뽑아 쓰는 학교라면 같은 학년도 모의고사 지문이 가장 가깝습니다.
서술형 배점이 크면 그 형식 그대로 연습시켜야 합니다. 조건 영작인지 요약 완성인지 어법 교정인지에 따라 준비가 다릅니다.
이 과정을 줄이는 방법
여기까지가 손으로 하는 순서입니다. 시험지 한 장을 제대로 분석하면 한두 시간이 걸리고, 학교가 여럿이면 그만큼 배가 됩니다.
PlanA AI의 시험지 분석은 이 작업을 대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시험지를 올리면 문항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지문이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것인지 외부에서 온 것인지 대조해 외부 지문 비율을 계산합니다. 출처를 찾을 수 있는 지문은 어느 모의고사 몇 번인지까지 짚어 줍니다.
그리고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확인된 경향대로 변형문제를 만드는 데까지 이어집니다. 어법이 30%인 학교라면 그 비율대로 문제를 뽑는 식입니다.
물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담당 선생님이 바뀌었을 가능성이나, 이번 학기에만 있는 특수한 사정은 숫자에 잡히지 않습니다. 도구는 세는 일을 대신할 뿐이고, 그 숫자를 어떻게 읽을지는 결국 현장에서 학생을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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